자식농사/별당아씨

정현이에게 보내는 봄 날의 <우정 편지>

별고을댁 2012. 3. 28. 22:15

오늘은 여진이가 피아노 학원에서 오자마자

가방을 벗어던져놓고는 편지를 써야 한답니다.

누구에게 쓸거냐고 했더니

정현이랑 나은이한테 쓴답니다.

정현이랑 나은이는 여진이가 다니는

대가초등학교에서 1학년에서 유일하게 여학생들입니다.

그러니까 대가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은 여진이 포함해서 딸랑 세명입니다.

그 나머지 5명은 모두 남학생이지요.

에고? 대가초등학교 1학년 전체 학생수가 나왔네요.

맞습니다. 1학년 전체 통틀어서 총 8명입니다.

참 단촐하지요.

하지만 너나할것없이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너무 좋아하고 즐거워합니다.

여진이가 가끔 말안들을때

엄마나 아빠가 "협박용"으로 사용하는 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엄마, 아빠 말 안들으면 학교 가지 말아라"입니다.ㅎㅎㅎ

우야둥둥 여진이는 학교생활이 무척 재밌나 봅니다.

 정현이한테는 이미 써놓고, 지금은 나은이꺼 쓰고 있는중입니다.

참 다행입니다.

그나마 여학생이 자기 말고 둘밖에 없어서 말예요.^^

유치원때는 몇날며칠을 편지만 쓴적도 있었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여자아이들 동생꺼, 친구꺼.. 모두에게 써야한다고..

쌤한테도 편지 여러번 날렸었다지요.ㅋㅋㅋㅋ

그러고 보면 여진이는 편지쓰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진짜, 진짜 별말도 아닌것을 너무 소중하게 써내려 갑니다.

 편지쓰기에 앞서

색색깔의 색연필로 편지지를 예쁘게 꾸며줍니다.

 정현이한테 쓴 편지예요.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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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정현아

내가 누구냐고?

나야 나! 여진이!

이 편지를 쓴건! 하지만...

나한테 한가지 비밀이 있는데

바로 바로 이 비밀은 너가 귀엽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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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게 끝입니다.

참 간단하죠이~~

 

그.러.나....

엄마인 저는 보고야 말았습니다.

여진이가 며칠전부터

물음표와 느낌표를 묻고 또 묻고 반복했었지요.

그러더니 이 편지에서는

물음표(?)와 느낌표(!)가 들어갈 자리를 정확히 찾아서 넣어놨습니다.

거기다가 말줄임(...)표까지

우리딸 대단해요~~~~

 스티커북 속에 넣어둔 스티커로

편지봉투를 꾸미는건 이제 기본입니다.

대체...  < OO님께,  OO님이>라는 거는 어데서 배웠을까요?

(궁그매궁그매)

 

이렇게 예쁜 편지를 정성들여서 2개나 쓰느라고

여진이는 9시 30분이 넘어서야 졸립다며 방으로 들어갔답니다.

 

이런 예쁘고 따뜻한 마음이 항상

여진이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

.

.

음...

그렇지만...ㅉㅉㅉ

이렇게 온 정성과 사랑을 듬뿍 담은 편지를 전해주고도

답장을 한장도 못 받아오는 우리딸...

며칠이 지나고나서야

엄마한테 와서는 푸념반 하소연반을 해대는 우리딸...

 

"엄마, 나는 정현이랑 나은이한테 편지를 써줬는데, 걔네들은 나한테 편지를 안줘..."

"그래서 짜증나아~~~"

 

우리 딸을 우짜면 좋냐고요~~~~~~